
싫어. 왜 모두 그렇게 말하는거야. 다들 과거를 회상하면서 나 같은 바보도 있었다는 것을 그리워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불공평해. 나도 좀 더 앞으로 나아가서 다른 사람들처럼 과거를 되돌아보고 싶단 말이야. 자신의 방. 정성이 깃든 따뜻한 식탁. 아무런 걱정 없이 영위할 수 있는 생활. 누군가가 보호해주는 느긋한 시간. 좋아하는 책.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. 이 정도로 충분해. 더 이상 자유 같은 건 원치 않아. 하지만 앞으로 이런 안락한 생활은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- 석간 신문을 가지러 밖으로 나가 해 저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미노리는 그런 행복한 시간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. 그러나 지금의 자신에게 그것은 약간의 아픔만 가져다 줄 뿐이다. 진짜 고통은 몇 년 뒤에 찾아올 것이다. 어느날 갑자기 남편과 아이들의 식사준비를 하면서 그 예리한 고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.시골 마을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 속에 소문이 돌고 점차 팽배하는 가운데 마을 이 곳 저 곳 남겨진 별사탕 무더기. 이런 신비스러운 내용임과 동시에 소년소녀들의 그 시절의 생각 고민 감수성 등 학원물이란 꼬리표가 붙기에 손색없는 내용들이 서로 잘 끌어안고 한 이야기가 되어 있었어요.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쪽 공간에서 어느 순간 한 발 내딛으니 다른 세계로 흘러가버리듯 이동하는 이야기의 중심이 놀랍기도 했으나 어색하지 않았어요. 등장인물도 많아요. 온다리쿠 색깔도 띄고 있지만 역시 초기작이라는 느낌을 주었던 한 권.
이 책과 밤의 피크닉 사요코 - 해서 이렇게 학원 삼부작이라는군요. 겉내용만 훑었을 때보다 실제로 읽었을 때 빠져드는 정도가 예상보다 더해서 점수가 더 높아진 책이예요. 개인적으로는 사요코보다 순위도가 높아요.